:: 연세대학교 인문예술대학 :: 인문예술학 고전읽기
알림마당 인문예술학 고전읽기
인문예술학 고전읽기
수업계획
대상텍스트 지식의 시각화
수업방식 - 강의 : 지식 시각화의 의미와 역사, 시각화요소와 활용
- 발표토론 : 학생들이 소개 내용을 중심으로 사례를 조사하거나 직접 모사해 보고 그에 대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
수업구성 - 시각화의 의미와 역사 : 2시간
- 시각화요소와 활용 : 2시간
- 사례조사 발표와 토론 : 2시간
고전읽기

지식과 디자인

디자인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바람직한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한 도구를 만들며 서로의 소통을 위해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결국 인류 문명의 전개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대상을 단지 예쁘게 보이게 하는 차원을 넘어 그것이 필요로 하는 상황, 대상, 의미를 숙고하고 그 역할과 기능이 적절히 발휘되도록 해야 하며, 문화적으로 환경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순수예술과 서로 다른 것은 사용하는 사람과 상황을 우선시하여 그 맥락을 짚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디자인이 물질적인 것만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물질적인 것, 정신적인 것에 더 많은 초점을 두고 있다. 사람에 대한 사고와 행동의 근원과 패턴을 파악하여 어떤 문제에 대해 조화롭고 균형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문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인문학 전공자들에게 디자인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인문학에서 다루는 언어와 문학, 역사와 철학, 심리 등의 주제는 이미 세상과 사람을 위한 고도의 인문지식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또한 디자인이 추구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며 소통을 위한 것이고 감성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디자인과 많은 부분 겹쳐 있다.

인문지식 디자인을 위해 인문학에서는 문자언어를 주된 수단으로 삼지만 디자인에서는 사람들의 사고와 소통,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각언어가 기본이고 필수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설명해야 할 때 시각적으로 표현한 스케치나 다이어그램, 이미지를 활용하여 그것을 더욱 구체화하여 전달할 수 있다. 이같은 시각화 방법은 디자인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이미 다양하게 이용하는 방법이다. 시각화된 이미지는 전달하려는 내용 전체의 윤곽을 쉽고 인상깊게 하여 잘 이해되고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미지는 리니어한 논리적 형식이라고 할 수 없다. 순서대로 이미지를 보여주면 그것도 논리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어떤 의미나 지식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사고나 지식을 문자로 표기할 때 논리적인 방법으로 표현한다면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은 우리 정신과 마음의 속성인 비논리적, 감각적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자와 이미지는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 문자는 주로 논리적 체계의 의미전달 역할이라면 이미지는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직관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이해와 기억을 증진할 수 있는 역할을 하다. 근래 들어 지식 체계화와 전달을 위해 시각화 표현이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지식생산과 전달의 주체인 대학에서 문자와 시각언어를 통해 보이는 지식정보, 지식정보의 디자인이란 차원에서 효율성을 위한 비주얼 리터러시Visual literacy 의 이해가 필요하다. 본 수업에서는 문명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지식체계는 무엇이고 지식 시각화를 중심으로 그것을 누가 어떻게 표현해 왔으며 우리의 기억에 어떻게 작용되는지, 그 방법과 수단은 무엇인지에 대해 개략적으로 파악해 보고자 한다.


비주얼 리터러시

원래 우리의 정신과 마음은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우리 안에 어디에도 훌륭한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기 힘들다. 논리가 없다는 것은 두서가 없는 것이며 두서가 없는 것은 어떤 것에 순서나 갈피가 없고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체계란 앞뒤가 잘 연결된 리니어liner 형식의 논리를 말한다. 논리는 생각이나 사상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잘 보여주려 할 때 필요하다. 논리는 순서적으로 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미지는 문자언어의 문법에서 볼 수 있는 규칙이나 순서는 없다. 그러나 시각 이미지를 다루는 사람들은 문법과는 다른 구조의 시각문법을 배우고 숙련하여 활용한다. 비주얼 리터리시란 이미지에 대한 읽기나 쓰기를 의미한다. 문자를 읽고 쓰는 것과 같이 이미지도 읽히고 써지는 것이다. 문자언어와 같은 구조는 아니지만 시각적 요소를 다루는 문법으로 메시지와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며 반대로 사용자는 시각적 이미지가 전달하는 의미를 잘 이해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우리의 정신이나 마음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이미지도 논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미지는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그대로 투영될 수 있다. 지식에 부합되는 이미지는 그것을 더 잘 이해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쓰고 읽는 비주얼 리터러시가 우리의 사고, 지식의 생산과 전달의 주요 수단으로 여기지는 이유이다. 때로는 이미지가 우리의 사고를 표피적 수준에 머물게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경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매체 시대에 이미지 중심으로 표현되는 현대의 문화가 과연 그 수준이 떨어지고 사고의 깊이를 얇게만 하는지는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시각적 사고와 더불어 기록의 수단과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고 쉽게 이루어지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고의 결과가 인쇄매체에 기록되던 것이 전자매체에 의해 확장됨으로써 과거의 문자 중심의 기록에서 이미지로 대체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지의 힘이 그 만큼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자에 대한 문맹과 더불어 이미지에 대한 이미지맹image盲 이란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미지맹이란 이미지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어렵다는 것과 활용과 적용에 대한 원리나 방법이 서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의 올바른 읽기나 쓰기와 더불어 그 파급이 지식체계 형성을 위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현실이다.

보는 것은 이해하는 것

어떤 대상을 뜻하는 말로 오브젝트object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은 원래 관찰의 대상이라는 의미와 모든 사물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또한 I see나 불어의 'Je vois'는 '보다'라는 의미지만 일상에서는 '이해한다' I understand 라는 뜻이다. 본다는 것에 대한 사고방식은 관찰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고 보는 것이 곧 이해한다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지식을 습득할 때 눈으로 보는 것을 통하여 항상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하다. 이렇듯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여러 감각, 그중에서도 주로 시각의 이미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시각 인식의 체계화가 바로 지식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대상을 봄으로써 이해한다는 것에 비춰 지식의 이미지란 지식의 대상을 이미지로 전환하여 이해수준을 높이고 또 다른 지식을 창조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지식은 문자를 아는 상위계층에 의해 주로 기록되어 왔다. 따라서 문자를 잘 모르는 일반 평민들은 지식을 접하기 어려웠으며 기록자가 선택한 것만 지식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지쪽을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문자를 몰라도 지식은 기록될 수 있고 읽을 수 있었다. 이미지를 통해서 지식은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다. 우리의 조선시대 김홍도의 풍속화에는 문자는 없으나 당시 사람들의 모습, 복장, 행동, 생활용품, 놀이문화 등의 풍속을 엿볼 수 있으며 시대의 생활 역사를 담은 지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에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데이터나 자료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시각화하여 사회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해결점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교육자 나 연구자는 수업 주제에 맞는 시각 이미지의 직접적인 예를 보여줌으로써 질문과 평가를 유도해 낼 수도 있다. 단지 말로 하거나 문자를 통하는 것 보다 시각화된 이미지는 매우 다양한 관점과 논의를 명확하게 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자로 이뤄진 지식의 형태는 감흥을 주기 어렵지만 이미지는 심미적 즐거움까지 줄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 백번을 들어도 한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다. 인간의 지적처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눈으로 보이지 않으면 불확실하고 믿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림) ‘대장간’ 과 ‘기와이기’, 김홍도, 17세기
김홍도의 대장간 그림은 망치로 쇠를 다루고 있고 만들어낸 낫의 날을 세우기 위해 숫돌에 갈고 있는 장면들로 구성된다. 대장간의 쇠를 다루는 설비나 장비, 작업내용과 과정, 작업자의 역할과 동작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그 당시 대장간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기와이기 그림은 대패질하는 목수, 기둥수평을 맞추는 사람, 흙을 개는 사람, 기와를 올리는 사람, 기와를 이는 사람 등, 각각의 역할을 보여주므로써 당시 집짓기의 대략적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지식의 체계

지식과 정보란 말은 거의 구분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차이가 있다. 지식이란 정보의 상위 개념이며 필요성에 의해 다양한 정보의 경험을 통해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보가 흐름의 개념인데 비해 지식은 축적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정보는 상황에 의해 생성되고 영향을 받는 것이라 지속성이 없지만 지식은 고도화된 정보가 축적되어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개념을 의미한다. 정보는 사용자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이며 주관적일 수 있고 그 가치가 일시적이고 단기적이다. 반면 지식은 일반적이면서 객관적이어야 하며 그 가치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생산된 정보가 지식으로 변환되어 쌓이지 않으면 그 가치가 소멸된다. 그러므로 지식은 우리의 내부에 있는 것이라면 그것의 원천이 되는 정보는 주로 외부에 있는 것이며, 지식은 본질적으로 개인 혹은 집단 내부에 체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보의 표현은 추상적 데이터와 같은 것을 잘 조직화하여 새롭고 가치있는 형태로 만든 것이라면, 지식의 표현은 사용자가 유사한 지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통찰력, 경험, 의견, 가치, 예견, 전망 등을 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무엇을, 어떻게, 왜, 누가, 언제 등의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그것이 어떤 집단에 전달되고 이해를 증진시키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편 지식의 형태는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져 그것을 잘 조직하고 형식화하는 것이 필요해졌으며, 문자중심에서 감각에 맞춰 이미지나 소리의 시각과 청각적 감각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되고 있다. 또한 지식의 디지털화는 개인적 차원의 지식보유에서 조직과 대중의 차원으로 넓혀지고 그 보존도 장기화되었다.

지식의 근본 목적은 세계에 대한 이해, 사회와 기술의 이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의력의 원천이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물리적 공간의 이해, 그 공간이 운용되고 유지되는 원리의 이해,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이해,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 도구의 발명, 그리고 기존의 것을 재구성하거나 또 다른 것들을 발견하고 유용하는 창의력의 원천이다. 또한 지식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무형적 가치와 유형적 가치로 나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문 분야의 지식은 유형적 가치, 즉 현실적 가치를 만든다는 것보다 무형적 가치, 즉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분야이다. 반면에 공학이나 의학분야 지식은 응용적이고 현실적인 유형의 가치를 추구한다. 지식의 대부분은 우리의 관찰과 사고, 묘사와 측정, 시연과 분석 등에 의해 형성되고 그에 맞는 형식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림)지시의 체계                          그림) 지식의 목적


지식의 시각화

지식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지각과 인지작용에서 학습이 필요한 문자보다 더 쉽게 이해되는 것이 이미지다. 인류의 선사시대에는 지식의 내용은 주로 짐승의 뼈나 동굴의 벽을 매체로 그림으로 기록되었다. 문자의 발명 후에는 대부분이 문자로 기록되었지만 그와 더불어 그림, 즉 이미지가 지식체계화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역사시대 이후에도 문자와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지식생산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졌으며, 우리의 기록문화 유산을 살펴보더라도 이 두 가지 수단, 즉 문자와 이미지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의 지식체계는 종교, 철학, 사상, 예술 등의 학문분야에서 문자와 이미지로 표현되었으나 문자의 기록이 훨씬 압도적이었다. 문자가 갖는 정교한 구조는 비체계적인 인간의 사고를 체계화시켜주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인류초기에는 간단한 의사전달을 위해 그림(기호)같은 것을 이용하였다. 이것이 체계화되어 문자가 되었고 종이와 필기구의 사용, 인쇄술의 발명을 통해 인간 지식은 체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이는 근대에 들어 비약적인 산업혁명, 과학기술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같은 지식의 시각화는 우리의 기록문화 역사에서도 그 사례를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궁중 행사도 같은 것은 그것을 기록하여 보전하는 목적 외에 선비 지식인들의 지식활동의 일환으로 행한 것이다. 임금의 지시뿐만 아니라 지식관료들이 스스로 발의하여 조성된 것으로 당시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기념하고 보전한다는 의도에 앞서 자신들의 충효사상이나 엘리트 의식이 작용한 일련의 지식활동, 즉 유교적 가치관과 의식을 드러내는 한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결국 지식체계화의 요소로서 그림, 즉 이미지 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시각화의 사례

15세기 세종대왕이후 제작된 삼강행실도의 예도 좋은 시각화의 사례이다. 충,효,열 삼강의 윤리적 지식을 백성들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 간행된 일종의 교화서인데, 그림을 통해 문맹이 많은 백성들을 위해 시각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려는 시도로 내용에 대한 이해는 물론 지식전달, 교화의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문자와 그림을 통해 전달 내용에 대해 정서적 감화를 느끼게 하여 반응을 촉발하게 하는 장치로 활용한 것으로 그 시대에도 이미지를 통한 감성이 지식전달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서문에 그림을 보고 느껴서 분발하게 한다는 내용(觀感而興起)은 내용의 이해뿐 아니라 그림을 통해 실천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게 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또한 즐겨보고 익히 듣는 과정(樂觀而習聞)이라고 했는데 그림에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보면 내용이 쉽게 이해된다는 것으로 지식전달 효과에 대한 설명이다.

16세기 퇴계 이황이 즉위한 선조에게 그려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는 장차 성군이 되어 백성에게 선정을 베풀어 달라는 취지에서 그 내용이 쉽게 이해되도록 도표로 그린 것이다. 이 도표는 일종의 다이어그램으로 단지 상소의 내용을 쉽게 이해해 달라는 이유뿐 아니라 그림, 즉 이미지를 통해서 그 내용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용이하게 한 것이다. 18세기 정조대왕의 화성 신도시 건설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는 화성성곽 전체공사에서 활용된 다양한 기계 장비 및 장치가 축성공사의 전반적인 내용과 함께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다. 정조의  8일간의 행차보고인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의  반차도(班次圖)에는 1,200여명의 등장인물에 대한 이름, 지위, 의복, 역할에 대해 김홍도 화풍으로 그려져 있는 조선 궁중행사 기록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행차의 현장을 구경하는 사람의 시점으로 평면공간에 요소들을 엄격하게 배치하여 병사들의 무기정보, 도구, 운송수단, 신분에 따른 복식이나 계급, 깃발에 나타난 상징이미지 등, 당시의 시대상황이라는 부가적 지식까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행렬의 인물들이 오늘날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이 표현되어 관련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 조선 궁중에서 국가전례의 의식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의식 절차의 윤곽을 시각화한 매우 다양한 궁중 행사도는 의식의 원리와 방법의 지식에 관한 표현의 사례이다. 궁궐의 건축배치나 공간 관한 동궐도, 지리정보의 대동여지도, 소선전도, 전라도 무장현지도, 동국대전도, 조선오륜행실도, 조선왕실의 잔치그림 진찬의궤, 친림연회도, 관료문인연회도, 풍속연회도의 궁중 연회도 등의 그림들도 모두 지식시각화의 역사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를 이제까지는 기록적 가치를 바탕으로 기록화로서 논하여 왔으나 이 유산들이 지식형성의 역사적 과정에서 지식의 구성요소로서 문자와 같이, 혹은 문자를 대신하는 지식체계화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주목하려 한다.   

 

[그림] 녹로(轆轤)전도와 분도(녹로는 도르래와 물레 하나씩을 이용한 간단한 기구로, 19세기 건축공사에 활용되었다)


  
 [그림] 원행을묘정리의궤 중 반차도 채색본(1994년)

 

[그림] 왼쪽: 정리의괘(整理儀軌) ‘복식도,  오른쪽: 연화대 춤(고려시대로부터 유래된 것. 연꽃에서 여자아이가 나와 춤을 추는 스토리)


서양의 지식 시각화는 주로 지식생산의 중심지였던 유럽에서 전개되었다. 우리와 다른 대상이나 표현방법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였는데 역시 지정학이나 과학기술 지식을 위한 사례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지리적 지식의 시각화는 BC 6,500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근동지역의 아나토리아(Anatolia)지방의 한 마을 지도로부터 기원전 3,8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인들은 진흙으로 방대한 농토지역에 관한 지식정보인 점토지도이다. 지식 시각화의 본격적 역사는 기하학적 다이어그램과 항해나 탐험을 돕기 위한 지도 제작으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이러한 계기는 16세기에 물리적인 수량 정보의 정확한 관찰과 측정을 위한 기술과 도구들이 발전으로부터이다. 주로 농업생산에 대한 수치 정보의 시각화로부터 시작되어 17세기에는 지식시각화에 대한 실질적인 서광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분석 기하학, 측량에 관한 이론, 확률이론, 인구와 정치적 통계데이터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18-19세기에는 사회적, 도덕적, 의학적 경제적 내용을 포함하는 지식들이 대규모적이고 주기적으로 모여졌는데 이는 더 좋은 계획을 위한 지식체계화와 더불어 시각적 표현이 충부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들은 과학과 지식, 기술적 진보의 역사적 주제를 공유했으며, 더불어 지도학과 통계그래픽은 탐험과 발견을 위한 시각적 표현의 공통된 목표가 있었다. 지리적 지식을 위한 단순한 표현으로부터 공간 분포와, 방향, 경향, 설명 등에 시각적 방법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과학지식의 시각화로는 1533년 독일의 천문학자였던 피터 아피안 Peter Apian 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다이어그램으로 제작하여 보여줬으며 같은 시기에 페트루스 아피아누스 Petrus Apianus의 세계전도인 코스모그라피아 Cosmographia는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묘사하는 것으로 별, 위성, 태양, 달, 바다, 대륙, 자연과 같은 전체 우주 천문학, 점성술, 지리학, 항해, 측량, 해시계, 건축과 도구제작 등을 포함한 수리적 지식을 표현한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윌리암 플레이페어William Playfair는 1786년 그의 저서 경제와 정치의 지도에서 당시 영국의 경제에 관한 데이터를 상세하게 시각화시킨 다이어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간행된 프랑스의 문필가 데니스 디더로트 Denis Diderot의 백과사전은 당시 생활상과 과학과 기술을 설명하고 있으며 총 17권 가운데 11권에 동판을 인쇄된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 있다. 또한 1854년 크림전쟁 때 영국의 간호사 프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은 통계학분야에서 시각화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전장에서 총상으로 사망하는 병사보다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인해 사망하는 병사가 더 많다는 알리기 위해 그에 대한 구체적 정보지식을 담은 폴라그래프 형식으로 그려서 정부를 설득하는데 활용하여 전쟁에서의 희생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었다고 하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오토 노이라트 Otto Neurath는 사회 경제 박물관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교육받지 못한 많은 시민들을 위해 복잡한 사회 경제적 관계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이미지가 천 개의 문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아이소타입 ISOTYPE이라는 그래픽 아이콘을 개발하게 되었다.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티드 신문(Illustrated Newspaper)은  일찍부터 시각적 표현요소를 도입한 최초의 신문이었다. 기사내용을 섬세하게 묘사한 일러스트레이션은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흥미를 끌게 하였으며 마치 현재의 보도사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20세기부터는 이전에 없었던 복잡한 구조의 공업제품이나 제조과정의 등장으로 과거의 표현방법으로는 이런 기술적 지식을 도저히 전달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설명이 가능하도록 내부가 보이는 단면도, 횡단면도, 분해 조립도와 같은 입체적 표현이 등장하였다.

 

 

 

그림) 아이소타입을 이용한 교육용 책 - 독일의 오토 노이라트의 아내인 마리 레이드마이스터는 아이소타입과 그래픽 이미지를 활용, 지식의 내용을 시각화하여 교육에 활용하였다. 

지식의 시각화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 시각화 요소와 표현 방법은 초기에는 화가들에 의한 스케치나 일러스트레이션, 채색화로 진행되었으며 중세이후 다이어그램이나 시각적 메타포, 지도 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이미지의 형식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에 의해 디지털 이미지, 동적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 이미지가 지식 시각화를 위해 진화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지식 생산과 보급이 수평적 구조로 전환되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켰다. 기존의 매체처럼 페이지의 물리적 제한이나 통제적 간섭, 그리고 지식발신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개인 디지털매체는 그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여러 감각, 그중에서도 시각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인식의 체계화가 지식이다. 따라서 이미지시대에 시각적 사유, 지식체계화의 수단으로서 이미지에 대한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지식 체계화 수단으로서 시각화 이미지는 현대의 급격한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따라 고정적 기호의 문자와 더불어 또다른 지식체계, 시각 언어로서 지적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수업에서는 지식 시각화에서 이미지의 형식, 구성방법, 의미 등, 그 역할에 대해 고찰하여 지식 매개체로서의 이미지 활용에 관한 가치와 전망을 통해 문자와 더불어 지식체계의 구성요소로서, 혹은 문자를 대신하여 지식체계화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주목하려 하다.

그림) 우주의 지식 인터랙티브 지도, Magnifying The Universe, 미국 넘버 슬루드사, Number Sleuth - 은하계의 별들로부터 지구의 곤충 몸 속 분자와 원자까지를 줌인, 줌아웃으로 우주에 관한 이미지 중심의 지식을 보여준다. 단계별로 줌아웃할 때마다 1/10크기로 줄어들며, 1026 m 거리의 우주 속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http://www.scienceisbeautiful.org/

첨부파일
  [] 
뉴스
포토갤러리
인문예술학 고전읽기